[홍차브랜드 02] 300년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 '트와이닝(Twinings)'

영국 홍차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트와이닝(Twinings)'을 빼놓는 건, 프랑스 파리를 말하면서 에펠탑을 빼놓는 것과 같습니다. 1706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은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이 브랜드는 영국 홍차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무심코 집어 드는 노란 패키지 뒤에 숨겨진 드라마틱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토마스 트와이닝의 도전: 커피 하우스에서 차를 팔다

1700년대 초, 런던은 '커피 하우스'가 지배하는 도시였습니다. 남성들이 모여 정치를 논하고 사업을 거래하던 그 공간에서, 젊은 청년 토마스 트와이닝(Thomas Twining) 은 황당한 생각을 합니다.

"커피 하우스 안에서 차(茶)를 팔면 어떨까?"

당시 차는 귀족과 상류층만이 즐기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죠. 토마스는 기존 커피 하우스인 '톰스 커피 하우스(Tom's Coffee House)'를 인수한 뒤, 1706년 바로 옆에 세계 최초의 전문 티 숍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골든 라이언(The Golden Lyon)'.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커피도 아니고 왜 차야?"라는 비웃음이 쏟아졌죠.

하지만 토마스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귀족 부인들에게 직접 차를 팔기 시작했고, 당시 공개된 장소에 들어올 수 없었던 여성 고객들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혁신을 단행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골든 라이언'은 런던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 되었고, 토마스 트와이닝은 차 산업의 개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2.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로고, 그리고 가장 좁은 매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용 로고

  • 금빛 사자 두 마리가 방패를 떠받들고 있는 트와이닝의 문장(紋章) 디자인은 1787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 오늘날까지 큰 변화 없이 사용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용 로고 중 하나로 꼽힙니다.

  • 조선 정조 임금이 개혁 정치를 펼치던 시절에 탄생한 로고가 현재 우리가 마시는 티백 상자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300년간 자리를 지킨 런던 스트랜드 가 매장

  • 트와이닝은 1706년 '런던 스트랜드 가(Strand) 216번지'에 처음 문을 연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하지 않았습니다.

  • 수많은 전쟁과 화재, 세계 대공황 속에서도 같은 자리를 지켜낸 역사적 공간입니다.

  • 매장 입구는 폭이 수 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좁지만, 내부는 수십 종의 차와 300년의 세월이 쌓인 박물관 형태로 꾸져져 있어 런던 여행의 필수 성지로 불립니다.

3. 빅토리아 여왕의 선택: 로열 워런티(Royal Warrant)의 시작

1837년, 갓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은 트와이닝에 로열 워런티를 수여했습니다.

당시 트와이닝은 이미 왕실에 차를 납품한 지 한참 된 뒤였지만, 공식적인 왕실 인증 마크를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수여된 로열 워런티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빅토리아 여왕이 트와이닝의 차를 특히 아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애프터눈 티'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여왕의 측근이었던 베드퍼드 공작부인 안나(Anna, Duchess of Bedford)가 오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차와 간식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 애프터눈 티의 기원인데, 이 우아한 문화를 뒷받침한 것이 바로 트와이닝의 차였습니다.


4. 홍차 역사를 뒤흔든 트와이닝의 두 가지 혁명


📢 혁명 1: 차 세금 인하를 이끈 환급법(Commutation Act)

  • 18세기 영국 정부는 차에 무려 100~200%에 달하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 가짜 차와 밀수가 판을 쳤습니다.

  • 토마스의 손자 리처드 트와이닝(Richard Twining)은 정치인들을 설득하여 1784년 세금을 대폭 낮추는 '환급법'을 통과시켰습니다.

  • 이로 인해 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민과 노동자 계층도 차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홍차가 영국의 국민 음료로 대중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혁명 2: 세계 최초의 가향 홍차 '얼 그레이(Earl Grey)' 탄생

  •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블렌딩 홍차인 얼 그레이의 레시피를 처음으로 상업적 완성하고 대중화한 브랜드가 트와이닝입니다.

  • 이탈리아산 감귤류 과일인 베르가못 오일을 홍차 찻잎에 입히는 혁신적인 시도로 출시 당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 묵직한 홍차의 바디감과 상큼한 베르가못 향의 조화는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얼 그레이 제품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5. 트와이닝 홍차 추천 라인업 BEST 4


① 얼 그레이 (Earl Grey)

  • 전 세계 얼 그레이의 표준이자 트와이닝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제품입니다.

  • 베르가못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레몬 슬라이스를 곁들이면 상큼함이 더욱 살아납니다.

② 레이디 그레이 (Lady Grey)

  • 얼 그레이의 우아한 자매 버전으로, 카페인 부담이 적고 향이 더 섬세합니다.

  • 베르가못에 레몬 껍질과 오렌지 껍질이 더해져 화사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어 입문자에게 추천합니다.

③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nglish Breakfast)

  • 아쌈, 실론, 케냐 찻잎을 황금 비율로 블렌딩하여 진하고 묵직한 맛이 특징입니다.

  • 우유를 넣어 밀크티로 마시기에 최적이며, 전통 영국식 아침 식사와 잘 어울립니다.

④ 오리지널 얼 그레이 선물 세트

  • 트와이닝의 다양한 클래식 블렌딩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샘플러 형태의 세트입니다.

  • 홍차에 처음 입문하는 지인이나 가벼운 답례품 선물을 고민할 때 실패 없는 선택지입니다.


트와이닝 티백 하나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3분은 영국의 300년 역사를 마주하는 시간과 같습니다. 

왕실의 전유물이었던 차를 모두의 음료로 만들고, 새로운 블렌딩 장르를 개척하며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댓글 쓰기

0 댓글

신고하기

프로필

이미지alt태그 입력